인천 단독주택 리모델링

상태가 나쁘지 않아, 요즘 식으로 무엇인가 고쳐서 써 보려고 하지만 참으로 무엇인가 요즘 식으로 만들기엔 난감한 집이 있다. 요즘식이란 예전에 비해 모든 것이 다 크고, 가구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며, 생활의 쾌적함을 위해 갖추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1980년대에 조적식 2층으로 지어진 집이었다. 옥상 방수를 포함해 외부 마감과 구조물의 상태는 크게 나쁘지 않은 집이었다. 방은 3개, 세탁실을 겸하는 화장실이 있고, 주방은 딱 주방일만 할 수 있는 주방이었다. 모서리에 겨우 작은 식탁을 끼워 놓은 듯 2사람이 식사를 할 수 있는 구조였다. 거실은 3면이 다 문, 창문, 등이 있는 벽에 면해 있고, 크기 또한 요즘 거실 사용 스타일로는 뭘 할래야 할 수 없는 구조와 규모였다. 뒤켠으로 보일러실이 80년대 알미늄 샤시와 지붕으로 창고를 겸하게 되어있었다. 지하는 예전의 기름보일러 실로 썼는 지, 천정이 따로 되어있지 않았고, 그런데도 높이가 1.6미터가 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는 80년대 생활 방식에서나 사용이 가능한 구조였다. 예전 집 주인과 대화하여 알게 된 것은 최초의 집은 방2개, 부뚜막식 부엌이 1가구 였고 그 옆에 방 1개와 화장실, 개수대가 따로 1가구를 구성하고 있었다고 하였다.

기존 1층 평면도

전체적인 지지구조는 1층 조적식 외벽과 칸막이가 2층 바닥을 지지하고 2층 외벽과 조적식 칸막이가 지붕을 지지하는 구조였다. 외벽은, 대부분의 80년대 조적식 2층집들이 그러하지만, 1켜 치장 벽돌과 1켜 시멘트 벽돌 사이에 공간을 만들고 거기에 80연대 EPS 스티로폼 패널을 집어 넣은 벽체이다. 내부 칸막이 벽은 1켜 시멘트 벽돌을 쌓아 2층 콘크리트 슬라브를 지지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내벽들이 내력벽으로 1, 2층이 같은 위치에 서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도 같은 위치에 있다면 구조적인 안정성을 더 신뢰할 수 있었겠지만, 2층 외벽의 위치도 안으로 밀어 1층 보다 좁게 만들고 실내 방과 실을 배치를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 또 1층 벽체와 다른 위치에 칸막이 벽체를 두는 것이다. 그 위에 콘크리트 박공지붕이 2층 칸막이 벽 위에 올라가 있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외벽면이나 지붕에 금이 가 있다던지, 페인트가 떨어져 나가 있다던지, 눈에 띄이는 결함은 보이지 않았다. 이건 거의 르 꼬르뷔제가 말한 자유로운 평면의 조적식이라고 할 만할 정도로 아찔한 경우가 있으나, 다행히 이 건물을 그 정도의 자유로운 광기가 보이는 집은 아니었다.

건축주의 계획은 2층은 이번 1층 리모델링 후, 다음 해에 외벽 단열+마감과 함께 시공을 할 것이고, 1층을 올해 겨울에 짧은 기간 리모델링을 하여 입주를 하여 거주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1층에서 자제 분과 함께 방 2개만 있으면 충분히 살 만하니 위 그림과 같은 구성을 하여 설계와 시공을 해 주기를 바랐다. 조목조목 건축주의 생각을 반박하고 논리정연하게 따져 설득을 하며 시간을 들여 토론을 하였으면 하고 바랐으나, 건축주나 나나 만나는 시간을 내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말이 소용이 없었다. 일단은 현재 상황을 잘 챙겨 놓고, 건축주가 바라는 것이 될른지 그려봤다. 그리고 알파고 처럼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찾아 내고 더 많은 변수를 다 꺼내 놓고 더 깊게 ‘딥러닝’ 해 보았다. 5년 전 까지만해도 여기서 말하는 변수의 숫자가 그저 방, 가구, 위생기, 문의 크기가 다 였으니까, 이번 경우에 따진 경우의 수는 3배가 넘는 듯하다. 철거의 위치, 새로 생길 칸막이의 두께, 마감두께, 배전관, 배관의 크기, 그리고 실생활 (진정 요즘 사람들이 생활하는 스타일에 대한 깊은 이해와 건축주의 생활 방식과 그 이유 … 점점 가지수가 늘어 나는 건축주의 요구사항 … 이건 반드시, 저것도 반드시, 애매하지만 꼭, … 이러는 가운데, 하나씩 정리가 되고, 평면도가 완성되었다. 요즘 생활이 얼마나 도구중심적이냐 하면, 세탁기에다가 건조기 그리고 스타일러, 욕실이 꼭 2개가 필요하고 이번 경우에는 욕탕이 필요했다. 변기1개, 세면대 2개, 샤워2개, 욕탕1개가 필요했다. 방에는 꼭 침대와 붙박이 장이 방 2개에 각각 들어가야 했고, 냉장고, 김치냉장고, 인덕션, 오븐, 식기세척기, 정수기로 더하여 6인식탁이 들어가야 하고, 거실에는 평면 티비와 소파까지 … 그리고 더하여 기존 계단실 하부를 창고로 만들어 쓰게 하고, 나중에 다시 계단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 이것이 전체 과제였다. 세상에 22평짜리 집에 이것을 다 넣어야 하는 것이다.

수없이 여러번 ‘딥러닝’을 시도한 끝에 아래와 같이 평면도가 완성되었다. 말이 필요가 없는 해결책이었다. 빨리 건축주를 만나서 결론을 내고 싶었다. 야심한 시각에 만났다. 건축주가 아무말도 없기에 뭔 일인가? 불안하기도 했으나, 그저 웃고 계셨다. ‘바로 시작하시죠’

그 다음 부터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 갔는 지 전혀 감지를 할 수 없었다. 철거, 곰팡이 벽체 나와서 기존 석고보드 벽체 철거, … 바탕, 설비, 전기 … 마감공사, 조명, 가구, 싱크대 … 미리 예상되었던 자그마한 난관들은 현장에서 더 쉽게 풀렸다. 배관 우회, 온돌배관 우회, 보일러 이동 …

마감재 선정도 어려움이 없었지만, 현장 경험이 전혀 없는 건축주 입장에서는 그리될 수 밖에 없었다. 무엇을 골라도 그것이 과연 어떻게 될 지 모르고 결정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눈 뜬 장님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건축주의 좌충우돌 딥러닝이 시작되었다. 나와 건축주는 서로 스트레스를 주는 시간이다. 이건 어때요? 좋죠 저걸로 하죠. 네. 죄송해요. 다른 걸로 정했어요. 아, 네. 그럼 이걸로. 아니 다시 이걸로요 … 자주 겪는 일 이지만, 확정이 되고 나면 모든 것은 마무리가 된다.

완성이 되었다. 방 2개, 욕실2개, 중형싱크대, 6인 식탁, 평면티비 시청가능 거실, 방2개, 붙박이장 2개, 창고 까지 마련되었다. 현관 중문을 열고 들어 오면 왼편에 주방-식당, 오른편에 거실, 전면에 방2개를 잇는 벽체가 있고, 욕실 2개와 세탁실을 잇는 홀이 있는 간단하면서 매우 기민하게 조직화된 평면 구성이 되었다. 거실 소파에 앉아서 부엌을 보자면, 티비가 부엌의 복잡한 하부를 가려주기에 편안하고 포근하게 느껴진다. 또 싱크대에서 거실을 보자면 편안하지만 이상한 자세로 앉아있는 사람의 아랫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적당하게 서로 가려주면서 적당하게 열린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였다. 이 적당하게를 알기까지 얼마나 노력을 했던가.

부엌식당에 들어가면, 도로면에서도 보이는 남쪽 창에 면하여 식탁이 있다. 6인용 식탁이 들어간다. 식탁 펜던트등은 건축주가 반복의 조형논리에 근거하여 골랐으나 조명까지 네모네모하여 조금 아쉽다. 친구나 손님이 와서 부엌에서 놀기도 좋다. 괜한 눈치 볼 것도 없도록 적당하게 가려 놓았으니 실컷 편히 대화할 수 있다.

침실 2개는 동쪽에 서쪽에 나누어 놓았으니, 재택근무 야근을 많이 한다는 서측방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건축주는 멀직이 떨어져 있어 서로 불편할 일이 없다.

현관 중문을 열고 처음 보이는 곳이 욕실-세탁실 연결 홀이다. 하필 세탁실의 문이 정면으로 보이는 데, 당연히 막힌 문을 설치할 거라 생각하기에 유리가 들어간 문으로 바꾸었다. 막힌 문의 냉담함은 사라지고 폐쇄적인 느낌을 상당히 줄일 수 있었다. 세탁실에는 기존 부엌의 환기창마저 그대로 쓸 수 있게 되어 있다. 세탁 먼지나 세제 냄세를 배기시키기에 적당했고, 현관, 중문과 세탁실의 문과 창을 열어 두면 전체 환기도 잘 이루어 졌다.

건축주 께서 한 말씀 하셨다.
“퇴근 시간이 되면, 집에 빨리 가고 싶어요”
최고의 칭찬이었다.

하나은행 행복노우하우 17년 09월 33호 인터뷰 – 유한짐 구름집

 

Q. 요즘 집짓기의 방향은?
생태건축에 대한 관심이 높다. 생태건축이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하는 건축이다. 건축자재에서부터 인력운영 까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디자인 요소만을 선호했다. 환경과 어우러져 함께 잘 살 수있는 집짓기가 필요한 시대다. 이것이 생태건축의 핵심이다. 보통 집을 짓는다고 하면 ‘저렴한 가격’과 ‘디자인’을 중요 요소로 생각하기 쉽다. 환경과 어우러진 집이 좋은 집, 실용적인 집이 내 삶을 행복하게 이끄는 집임을 기억하자.

Q. 집짓기 프로세스 중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좋은 설계가 좋은 집을 만든다. 나와 뜻이 통하는 건축설계 전문가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건축설계사가 정해졌다면 많이 만나야 한다. 기본적으로 10번 정도 마주해 대화를 나누면서 설계가 완성된다. 완성도를 높이려면 30~40
번 이상의 교류가 필요하다. 유명한 건축가, 대규모 시공회사도 좋지만 나와 뜻이 통하는 건축설계사를 만나는 게 집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Q. 집을 지을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
제일 중요한 건 나의 생활패턴,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것이다. 나의 생활 패턴에 맞춰 집을 설계해야 한다. 야외활동이 많고, 농사를 짓는다면 처마가 깊고, 창고에 비중을 두는 것이 좋다. 차량 유무에 따라 차고의 비중, 요리의 패턴에 따라 주방의 디자인도 달라져야 한다. 관리, 유지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은 관리가 소홀하다. 이를 위해서는 집을 짓기 전 건축, 집의 개념 정의와 이해가 수반되어야 한다. 집을 설계할 때는 함께 생활할 가족구성원 모두의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 좋다. 단독주택은 나중에 5~6년 후에 간단히 수정할 수 있다. 처음부터 무리하는 것보다는 가장 기본적인 것을 지어놓고 추후에 추가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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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의 ALC 블록집
용인시 동천동에 위치한 이곳은 원래부터 전원주택 택지로 개발되어진 땅으로 경사가 컸지만, 뭔가 새로운 디자인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을 품은 곳이기도 했다. ‘친환경이고 자기주도적인 집짓기’를 목표로 집을 지었다.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ALC블록이다. 공기 구멍을 많이 품고 있어 단열
효과가 높은 일종의 시멘트 블록. 체적이 커서 쌓기 쉽고 공정이 간편해 건축주가 직접 집을 지을 때 선호하는 자재이다.
TIP : 내 집 짓기를 위한 조언 : 데크는 넓게, 창은 적게 하는 것이 좋다. 주택에서는 데크가 하나의 거실의 역할을 한다. 또한 외부에 나와 자연을 감상하면 되는데, 굳이 단열과 비용에 약점인 창을 많이 낼 필요가 없다.

충남 홍성군의 5각형 집
혼자 사는 60대 여성인 건축주는 충남 홍성에 나만의 집을 지었다. 5각형의 구조가 독특하다. 이는 난방비 전략을 위한 것. 5각형의 구조는 온실효과(열저장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자연 조경을 좋아해 주변 환경이 잘 눈에 보이는 곳에 거실의 창을 배치했고, 평소 목욕을 즐기는 터라 나만의 스타일인 욕조를 배치해 만족도를 높였다. 생활패턴이 바뀌면 삶이 바뀐다. 주택에서의 아파트보다 활동영역이 넓을 수밖에 없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움직임이 많아지자 운동효과를 불러와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TIP : 내 집 짓기를 위한 조언 : 은퇴 후 노후를 보낼 집이다 보니 경제적인 부분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했다. 외형 장식에 드는 비용을 줄여 집안 내부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비중을 뒀다. 덕분에 난방비 등 생활비를 줄일 수 있는 구조가 탄생했다. 기존 4각형 구조에서 5각형 설계로 효율을 높인 것이다.

발행: 하나금융연구소 http://www.hanaif.re.kr/ 2017.09. vol.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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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굿머니 굿라이프 인터뷰 17 06 22 – 유한짐 구름집

<굿머니 굿라이프>
17. 6. 22(木)
은퇴 후 내 삶이 담긴 집짓기

윤순섭 PD
조진성 아나운서
구름집 유한짐 대표

YTN AOD 스트림 듣기 링크

 

내용

 

조>
굿머니 굿라이프에서는 이론도 알려드리지만,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도 함께 합니다.
은퇴 후 기본적으로 20년, 30년은 더 살아야 하는데,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나만의 조용하고 안락한 공간을 만들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오늘 준비한 현장은 이런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입니다.
인생 후반에 나만의 집짓기를 꿈꾸는 분들을 위한 길라잡이가 돼 주시는 분입니다. 구름집, 유한짐 대표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서로 인사)

유> 안녕하십니까. 장소짓는 구름집, 유한짐 대푭니다.

조> 네, 유 대표님, 반갑습니다.
막연하게 나만의 안락한, 독특한 집을 짓고 싶다, 뭐 이런 로망은 있는데요, 정작 자신이 원하는 집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면 막막한 게 현실입니다.
이런 막연함을 구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살 장소 기획하기)

유>요즘은 대개 검색을 열심히 하시더라구요. 나중에는 전문가 만큼이나 많이 알게 되던데요. 제 생각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 정보가 아니라, 자신을 돌아 보는 것입니다.자재나 꾸미거나 활용하는 정보나 아이디어는 정말들 열심히 오래도록 섭렵하시던데요. 정작 본인과 함께 사실 분들 자신의 생활 습관, 방식, 생활주기 등은 거의 고려를 하지 않으시더라구요. 그러다 보니, 남들이 말하는 건 있는대로 다 갖추었는 데, 건축주가 사용할 것이 아닌 것까지 돈과 공을 들여 만들어 놓고 억지로 쓰게 됩니다. 일단, 그런 정보들은 나중에 찾으셔도 되고, 건축가에게 제안을 받으셔도 됩니다. 본인과 가족 더 아나가서 친구, 친척 손님들의 성향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시는 것이 그 첫 과정입니다.

조> 은퇴 후에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곳에서 집짓기를 꿈꾸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내 삶이 담긴 집이라, 뭔가 거창한 말처럼 들리는데요?

유>전혀 거창하지 않습니다. 수사법이 들어가서 시적으로 느껴집니다만, 내가 사는 생활방식에 맞는 집을 짓자는 것입니다. 내 몸에 맞는 옷, 내 눈에 맞는 안경은 잘 찾으시는 데, 정보의 홍수와 유행에 떠밀려서 자신의 생활방식과 잘 맞지 않는 집을 충동적으로 짓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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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상상 오아시스 인터뷰 16 10 20 서울시 – 유한짐 구름집

#서울에서 살아가기 오아시스레터
천만상상 오아시스의 새로운 소식과 이야기를 배달해 드립니다.

[인터뷰]서울이 아름다워지려면 – 건축가 유한짐
No.20
일시:2016-10-20 15:00:40.0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도시, 서울

누군가 당신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당신은 뭐라고 답할 것인가? 파리, 런던, 바르셀로나, 뭄바이, 교토… 화려한 수식어들이 붙는 도시 이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갈 것이다. 그런 당신의 머릿속에 ‘서울’이라는 답이 떠오를 확률은 얼마나 될까. 당신이 사는 서울,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서울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꼽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여기 자신 있게 ‘서울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도시’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생태건축가 유한짐 씨다. 구름처럼 가볍고 부드러운 집을 지으며 살고 싶다는 뜻을 담아 건축사무소의 이름도 ‘구름집’이라고 지었다. 쉽고 간결한 이름처럼, 직접 만났을 때 느껴지는 그의 이미지도 편안하고 곧았다. 그런 그의 이름 앞에 항상 따라다니는 말이 있다. 바로 ‘생태건축’이다. 뜻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지만, 한 번 더 물었다. 생태건축이 무엇인지, 일반적인 건축과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가장 중요한 건 에너지 절약이에요. 에너지를 어떻게 덜 쓸 것인가. 비닐이나 화학제품, 공해물질을 덜 쓰면서 하는 것. 원래 건축가들이 했던 작업을 그대로 하는 거예요. 정말 옛날 건축가들이 했던 거요. 요즘 건축가들처럼 아티스틱한 거라던지, 기발한 것에 너무 집착하지 않아요. 오히려 편리함이나 그 사람의 특성, 그 곳의 기후를 많이 고려하죠. 에너지가 많이 희생될 거면 그냥 모양을 바꿔요. 또 한 가지는 건축비를 적게 쓰는 방향으로 가는 거예요. 만일 건축비를 좀 쓰게 될 경우에는 굉장히 오래 가는 집. 내일 모레 바꾸는 게 아니라 50년, 60년이 지나고 나서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 집을 만들려고 하죠.

유한짐 씨는 서울 시내 곳곳에 즐비한 고층 아파트를 보며, 점점 아이들이 ‘도시를 읽는 눈’을 잃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DDP에서 열렸던 ‘봄장’이라는 벼룩시장에 영감을 받아 ‘골목을 보라’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골목을 보라’는 사람 냄새 나는 골목, 개성 넘치는 골목들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프로젝트로 잃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우리의 골목들을 살려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아이들이 도시를 읽는 방법을 전혀 몰라요. 제가 ‘골목을 보라’라는 프로젝트를 하는데, 어떤 친구가 페이스북에서 사진을 보고 찾아 왔어요. 강남에서 평생을 살았던 젊은 친구에요. 그래서 같이 창신동 골목을 올라가는데, 이 친구가 어안이 벙벙해서는 ‘인간이 어떻게 이런 데서 살 수가 있냐’고 하더라고요. 재미있죠. 아파트가 지어진 곳에는 골목이 없잖아요. 하지만 이런 골목들도 분명 의미가 있는 곳들이거든요.

이 밖에도 유한짐 씨는 지난 2013년, 서울시 금천구 ‘어울샘’이라는 곳의 공공 리모델링을 성공적으로 해낸 바 있다. 어울샘 프로젝트는 원래는 폐가압장이었던 곳을 마을 사람들을 위한 창작공간(마을예술창작소)으로 탈바꿈 시킨 프로젝트다. 꽤 넓은 공간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용하는 만큼 적은 비용으로 효율적인 공간 운영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에 가장 집중했다고 한다. 전기레인지 대신 유지비가 적게 나오는 가스레인지를 쓰는 식이다. 장소의 목적에 맞게, 주민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싱크대 하나의 위치까지도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과정이 좋았던 만큼 결과도 잘 된 경우라고 유한짐 씨는 기분 좋게 말했다. 기획자와 건축가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가 단단했고 담당 공무원 역시 형식보다 실제 내용물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고.

금천구 프로젝트는 굉장히 잘 된 케이스에요. 주민들이 기획자를 믿었고 기획자가 저를 믿었고 공무원도 제가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있는 힘껏 밀어줬거든요. 계속 일을 마음껏 하게끔, 현장에서 열심히 뛰어다닐 수 있게끔 주위에서 밀어주니까 일도 굉장히 쉬워지는 거예요. 그게 참 재미난 거죠.

그는 ‘어울샘’과 같은 공공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이 ‘일을 미루는 것’이라고 했다. 일을 미루라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일까.

유 실제로 실행하기 전에 최대한 많은 고민, 다양한 기획을 해보는 게 중요해요. 일단 아무 것도 결정하지 않는 거예요.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데만 5-6년, 10년 걸린다고 생각해도 괜찮아요. 짓고자 하는 건물, 그 건물이 들어갈 주변 환경의 모든 것에 대해 연구하고 공부하고, 그래서 우리가 해내고자 하는 ‘과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해요. 숙제를 계속 미루면서 이 숙제가 뭔지, 왜 이 숙제를 해야 하는지 계속 고민하는 것처럼 일도 계속 미뤄야 해요. 당장 실행하고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대체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떻게 할 것인지 하나하나를 연구해야 하는 거죠. 숙제를 정확히 만들어 줘야 일하기도 편해지잖아요.

덧붙여 그는 프랑스의 예를 들려주었다. 도시 계획에 있어서는 프랑스가 위와 같은 ‘일 미루기’의 1인자라고.

연구원으로 일할 때 프랑스에서 도시설계를 했던 분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어요. ‘프랑스에서는 도시 설계를 어떻게 해요?’ 물으니 ‘솔직히 말해서 하는 건 없지.’ 라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아니 그럼 대체 뭘 하냐고 물으니 ‘맨날 그린다’고 하셨어요. 지도도 그리고, 도시 전경도 그리고, 그냥 맨날 그린대요. 지금 있는 것들. 옛날에 있었던 것. 그렇게 그리면서 계속 기획하고 설계도 한대요. 근데 실행은 안 한대요. 예산이 없어서 안하는 게 아니라 이런 기획을 실행 했을 때는 어떤 문제가 생길까? 까지 미리 고민하기 때문에 쉽게 실행하지 않는 거죠. 더군다나 안 해도 불편함이 없거든요. 필요 없으니까 안하는 거죠. 안 해도 안 불편하면 그건 안 해도 되는 거잖아요. 다만 계속 기록하고 고민하고 보존하고. 그러다가 정말 도시가 폭격을 맞아서 손상 되었거나 할 때, 정말 필요성이 생겼을 때 모든 기록물과 기획을 꺼내 다시 고민하기 시작하는 거죠.

유한짐 씨는 바로 이런 지점에서 그 도시의 주인들이 얼마나 도시를 사랑하는지가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문득 그가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는 글을 썼던 것이 떠올랐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질문을 받은 그가 유쾌하게 웃었다.

보존 좀 하라고 그렇게 말한 거예요, 사실. 충분히 아름다운 도시니까. 지금 딱 좋다. 괜히 도시 개발한다고 오래된 것 밀고 새로운 것 짓고 그러지 말자고. 프랑스의 도시들과 비교했을 때 서울시는 도시를 기록한 지도조차 많이 없는 상황이에요. 이게 뭐냐 하면, 우리가 사는 도시를 사랑하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좀 사랑하라고. 이렇게나 아름다운 도시니까, 사랑하자고. 그래서 서울을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도시’라고 말한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도시’를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지난 2008년, 너무도 허무하게 숭례문을 잃었던 기억은 아직도 많은 이들의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우리가 사는 이 도시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얼마나 사랑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인지를 이미 잃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일이 없도록 이제는 속도와 방향을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할 때다.

도시에 사는 아이들이 자신이 사는 이 도시의 다양한 모습을 읽을 수 있고 골목 곳곳의 풍경과 냄새를 구별할 수 있게 되는 것. 우리가 사는 이 도시의 아름다움을 누구보다 도시의 주인인 우리가 알고 소중히 여기는 것. 그래서 이 도시를 사랑하게 되는 것. 이는 비단 유한짐 씨 뿐 아니라 도시인 모두가 바라는 미래일 것이다.

우리의 생활공간, 더 나아가 이 도시에 가치와 생명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길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자.

취재, 작성 : 시민기자 이미진
사람과 여행을 좋아하는 자발적 마감 노동자.
길었던 대학생활을 마치고 인생 2막을 준비 중입니다.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는 디지털 노마드 인생을 꿈꾸고 있습니다.

사진 : 희망사진관 김창훈, 이태환
홈리스를 위한 사진전문 교육과정인 ‘조세현의 희망프레임’을 통해 자기표현의 힘을 기르고, 사회복귀에 필요한 역량을 강화하여 직업사진사를 양성하는 서울시의 자활지원사업입니다. 교육이수생 중 전문가의 심사로 선발된 기념사진사는 서울시 관광명소에 위치한 희망사진관에서 활동하게 됩니다.

메낭집 : 2층 x 2줄 x 4방

경기 용인 수지 고기
땅 500㎡
층 4층
덮은면적 192.08㎡
바닥면적 494.48㎡
8세대 61.40㎡(분양) 81.4㎡(시공)
주차 6대
높이 14.15m
콘크리트 줄기초 , 콘크리트 벽식, 평지붕
건식 외단열, 실리콘 페인트
복층유리 PVC 2중창
총괄디자인/감독 유한짐
시공 (주)사람사는집

내용

8세대 공동주택을 전원 도시 고기동에 들이는 작업. 대지는 500제곱미터. 사각형도 아니었고 5각형을 닮았다. 다행히 한쪽 부분이 직각에 가까운 각을 이루고 있어서 건물을 4각형이 될 가능성이 있었다.그런데, 도로에 면한 면이 좁고 깊이 들어 가면서 넓게 펼쳐지는 모양. 땅을 덮을 수 있는 한계치가 40%라 아슬아슬하다. 단독주택이라면 영향이 크지 않지만, 공동주택이라 고려할 거리가 많았다.

주변을 보자면, 도로공사가 용인-서울간 171번 고속국도를 만들면서 높이 20m 이상 거대하고 가파른 언덕을 만들었고, 그 언덕? 절벽?에 녹지라면 녹지라 우길 만한 조경이 되어 있었다. 그 언덕 아래에 이 대지가 이 있었는데, 이 거대한 장벽이 오히려 건물의 배경이 되어 줄 것 같았다. 대략 12m 4층 규모의 신축건물이 들어 서더라도 거대한 배경 덕에 ‘나홀로 예술’을 하는 맥락적 괴리가 생기지 않을것 같았다.

배치 윤곽이 나오면서, 여러 가구가 함께 살림을 하게 되니, 이왕이면 이웃 간에 마주칠 기회가 지속적으로 생기도록 하여 소원해 지는 일이 없었으면 했다.

전형적인 공동주택은 아파트와 비슷해서 평면적이며 단조로운 데다가, 방의 프라이버시가 잘 지켜지지 않는 다는 문제가 있다. 말하자면 가까운 것은 좋지만, 편히 무시할 수는 없는 분위기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집을 2층으로 만들어 식구끼리 프라이버시도 지켜주면서, 계단을 오르내리며 집안 생활에서 운동이 되는 집을 만들어 보려고 했다.

살림이 2층으로 이루어지게 되면서, 생활 유지 장소들(보일러, 화장실, 다용도실 등)을 어떻게 질서있게 그리고 밀도있게 조직화 할지 오래도록 고민했다.

다행히 건축주는 전체를 임대하기로 하였기 때문에, 거주자들은 2층짜리 주택을 소유하여 괜한 부담을 지지 않으면서, 2~4년 혹은 더 오랫동안, 즐겁게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메낭집 : 2층 x 2줄 x 4방” 계속 읽기

홍성 달구름집

충청남 홍성 운월
대지  623㎡
층수  1층 단독주택, 창고
건축면적  122.55㎡
바닥면적  122.55㎡
세대 1세대
주차  1대
높이 4.9m
콘크리트 온통기초 ALC벽식 경량철골지붕틀
난연유리면 투습반사섬유 CRC판넬
복층유리 PVC 2중창
구름집 02-338-6835 http://atomic-temporary-140279789.wpcomstaging.com
디자인총괄/시공감독 유한짐
시공 구름집
위생도기금구 한영타일
단열 새천안우레탄

풍세 오누이집

충청남 천안 풍세
땅 859㎡
층 1층 2개동
덮은면적 98.23㎡ , 87.79㎡
바닥면적 98.23㎡ , 87.79㎡
땅덮은비 21.66%
땅/바닥비 21.66%
세대 2세대
주차 2대
높이 5.55m
콘크리트 온통기초 , ALC벽식, 목구조 지붕틀
비드법보온판건식 몰탈마감
복층유리 PVC 2중창
총괄디자인/감독 구름집 유한짐 (02-338-6835 http://atomic-temporary-140279789.wpcomstaging.com)
시공 구름집
단열 새천안우레탄

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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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할머님을 위한 흔한 부엌 (청주 복대동 아파트 부엌 바꾸기)

70세 할머님이 필요한 주방은 무엇인가 궁금했다. 맨날 실버디자인이니 유니버설 디자인이니, 인체공학이니, 이론적으로만 듣고 보기만 해서 솔직이 겁이 나기도 했다. 우선은 어르신의 신체 크기와 몸동작에 어떻게 마추어야 하는지, 그다음 과연 꽃무늬 취향일지 바로크 취향일지 … 오리무중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왠걸 어르신은 너무도 명확하게 원하시는 것들을 설명하셨다.

‘예전 싱크대는 무릎을 굽혀야 일을 할 수 있거나, 키가작아서 오름판을 딛고서 물건을 꺼내 써야 했지. 너무 불편하고 답답하고 정리도 안되어 보이고 해서 불편했지. 게다가 손자들 김치, 장담근 거 주려고 김치 냉장고를 샀는데, 세탁실 안에 들어가 있는 데다가, 위치가 냉장고>레인지>개수대 이렇게 되어 있어서 뭔가 시원히게 일을 한다는 느낌이 없어, 그러니까 하부장은 최대한 올려주고, 열어 보기 쉽게 해 줬으면 해. 상부장은 괜히 높이 달려 있어서 손도 닿지를 않는데, 낮춰주고 … 암튼지 상부장은 작아도 되. 그리고 손잡이니 뭐니 잡다한 거 싹 없었으면 해. 그냥 시원하게만 만들어 주라구.’

이렇게 명확하게 필요한 것을 말해 주실 줄은 꿈에도 생각해 보지 못했다. 꽃장식, 바로크 … 뭐 이런거 어떻게 하면 될까 하는 생각에 사실 괴롭기도 했었다. 아니 근데, 왠 일흔되신 모더니스트 할매를 만난 것이었다. 그래서 답을 시원하게 내 놓았다.

1. 세탁실에서 김치 냉장고를 부엌으로 내 놓고, 냉장고 함께 모아 놓는다.

2, 김치냉장고가 세탁실에 없기에 남는 공간이 마련되었으므로 그곳에 줄어든 상,하부장의 용적을 옮겨 보조 주방으로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장을 최대한 만들어 준다. 또 기존 세탁기가 위로 열리는 것이어서 자리만 차리하니, 드럼 세탁기로 바꾸고 세탁실에 일을 할 수 있는 작업대를 넓게 만들어 준다.

3. 개수대>레인지의 배열을 레인지 > 개수대로 바꾸어 놓는다.

4.하부장의 아래판 높이(걸레받이 높이)를 일반 적인 높이보다 최대한 높여 20cm로 만든다.

5. 상부장은 최대한 줄여 높이를 45cm이내로 맞추고, 측벽, 천정에서 붙지 않도록 띄어서 상부장이 특별한 물체로 보이도록 한다.

6. 문고리등 장식이 없어 지므로 너무 추상적이고 삭막해 지지 않도록 목재질감으로 마무리한다.

7. 하부장을 쉽게 쓸 수 있도록 여닫이 문을 달지 말고, 모두 서랍장으로 대체 한다.

8. 어르신이 싱크대 철물을 고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으므로, 최대로 내구성이 있고, 부드럽게 작동하는 철물을 사용한다.

솔직이 아파트 주방에 이렇게 전기기구가 많은 줄 몰랐다. 연수기, 소방기구, 물조절 발판, 후드, 가스, 온냉수, 가스 감지기, 가스 잠금 센서-스위치, 전기 콘센트 2구 4구, 식기 세척기, … 사실 전기 쌀통, 티비와 인터넷도 있었는데, 어르신이 없어도 된다고 하셔서 없앴다. 다 정리하고 나니 이렇게 되었다. 어르신이 만족하시는 모습을 보니 흐믓했다. 우리 어머님을 위해서도 함 해드려야 되것는데 … ^^

디자인총괄/시공감독 유한짐
시공 구름집
청주 복대동

2013 07 15 ~ 2013 08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