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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서울이 아름다워지려면 – 건축가 유한짐
No.20
일시:2016-10-20 15:00:40.0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도시, 서울

누군가 당신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당신은 뭐라고 답할 것인가? 파리, 런던, 바르셀로나, 뭄바이, 교토… 화려한 수식어들이 붙는 도시 이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갈 것이다. 그런 당신의 머릿속에 ‘서울’이라는 답이 떠오를 확률은 얼마나 될까. 당신이 사는 서울,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서울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꼽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여기 자신 있게 ‘서울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도시’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생태건축가 유한짐 씨다. 구름처럼 가볍고 부드러운 집을 지으며 살고 싶다는 뜻을 담아 건축사무소의 이름도 ‘구름집’이라고 지었다. 쉽고 간결한 이름처럼, 직접 만났을 때 느껴지는 그의 이미지도 편안하고 곧았다. 그런 그의 이름 앞에 항상 따라다니는 말이 있다. 바로 ‘생태건축’이다. 뜻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지만, 한 번 더 물었다. 생태건축이 무엇인지, 일반적인 건축과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가장 중요한 건 에너지 절약이에요. 에너지를 어떻게 덜 쓸 것인가. 비닐이나 화학제품, 공해물질을 덜 쓰면서 하는 것. 원래 건축가들이 했던 작업을 그대로 하는 거예요. 정말 옛날 건축가들이 했던 거요. 요즘 건축가들처럼 아티스틱한 거라던지, 기발한 것에 너무 집착하지 않아요. 오히려 편리함이나 그 사람의 특성, 그 곳의 기후를 많이 고려하죠. 에너지가 많이 희생될 거면 그냥 모양을 바꿔요. 또 한 가지는 건축비를 적게 쓰는 방향으로 가는 거예요. 만일 건축비를 좀 쓰게 될 경우에는 굉장히 오래 가는 집. 내일 모레 바꾸는 게 아니라 50년, 60년이 지나고 나서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 집을 만들려고 하죠.

유한짐 씨는 서울 시내 곳곳에 즐비한 고층 아파트를 보며, 점점 아이들이 ‘도시를 읽는 눈’을 잃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DDP에서 열렸던 ‘봄장’이라는 벼룩시장에 영감을 받아 ‘골목을 보라’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골목을 보라’는 사람 냄새 나는 골목, 개성 넘치는 골목들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프로젝트로 잃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우리의 골목들을 살려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아이들이 도시를 읽는 방법을 전혀 몰라요. 제가 ‘골목을 보라’라는 프로젝트를 하는데, 어떤 친구가 페이스북에서 사진을 보고 찾아 왔어요. 강남에서 평생을 살았던 젊은 친구에요. 그래서 같이 창신동 골목을 올라가는데, 이 친구가 어안이 벙벙해서는 ‘인간이 어떻게 이런 데서 살 수가 있냐’고 하더라고요. 재미있죠. 아파트가 지어진 곳에는 골목이 없잖아요. 하지만 이런 골목들도 분명 의미가 있는 곳들이거든요.

이 밖에도 유한짐 씨는 지난 2013년, 서울시 금천구 ‘어울샘’이라는 곳의 공공 리모델링을 성공적으로 해낸 바 있다. 어울샘 프로젝트는 원래는 폐가압장이었던 곳을 마을 사람들을 위한 창작공간(마을예술창작소)으로 탈바꿈 시킨 프로젝트다. 꽤 넓은 공간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용하는 만큼 적은 비용으로 효율적인 공간 운영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에 가장 집중했다고 한다. 전기레인지 대신 유지비가 적게 나오는 가스레인지를 쓰는 식이다. 장소의 목적에 맞게, 주민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싱크대 하나의 위치까지도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과정이 좋았던 만큼 결과도 잘 된 경우라고 유한짐 씨는 기분 좋게 말했다. 기획자와 건축가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가 단단했고 담당 공무원 역시 형식보다 실제 내용물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고.

금천구 프로젝트는 굉장히 잘 된 케이스에요. 주민들이 기획자를 믿었고 기획자가 저를 믿었고 공무원도 제가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있는 힘껏 밀어줬거든요. 계속 일을 마음껏 하게끔, 현장에서 열심히 뛰어다닐 수 있게끔 주위에서 밀어주니까 일도 굉장히 쉬워지는 거예요. 그게 참 재미난 거죠.

그는 ‘어울샘’과 같은 공공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이 ‘일을 미루는 것’이라고 했다. 일을 미루라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일까.

유 실제로 실행하기 전에 최대한 많은 고민, 다양한 기획을 해보는 게 중요해요. 일단 아무 것도 결정하지 않는 거예요.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데만 5-6년, 10년 걸린다고 생각해도 괜찮아요. 짓고자 하는 건물, 그 건물이 들어갈 주변 환경의 모든 것에 대해 연구하고 공부하고, 그래서 우리가 해내고자 하는 ‘과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해요. 숙제를 계속 미루면서 이 숙제가 뭔지, 왜 이 숙제를 해야 하는지 계속 고민하는 것처럼 일도 계속 미뤄야 해요. 당장 실행하고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대체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떻게 할 것인지 하나하나를 연구해야 하는 거죠. 숙제를 정확히 만들어 줘야 일하기도 편해지잖아요.

덧붙여 그는 프랑스의 예를 들려주었다. 도시 계획에 있어서는 프랑스가 위와 같은 ‘일 미루기’의 1인자라고.

연구원으로 일할 때 프랑스에서 도시설계를 했던 분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어요. ‘프랑스에서는 도시 설계를 어떻게 해요?’ 물으니 ‘솔직히 말해서 하는 건 없지.’ 라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아니 그럼 대체 뭘 하냐고 물으니 ‘맨날 그린다’고 하셨어요. 지도도 그리고, 도시 전경도 그리고, 그냥 맨날 그린대요. 지금 있는 것들. 옛날에 있었던 것. 그렇게 그리면서 계속 기획하고 설계도 한대요. 근데 실행은 안 한대요. 예산이 없어서 안하는 게 아니라 이런 기획을 실행 했을 때는 어떤 문제가 생길까? 까지 미리 고민하기 때문에 쉽게 실행하지 않는 거죠. 더군다나 안 해도 불편함이 없거든요. 필요 없으니까 안하는 거죠. 안 해도 안 불편하면 그건 안 해도 되는 거잖아요. 다만 계속 기록하고 고민하고 보존하고. 그러다가 정말 도시가 폭격을 맞아서 손상 되었거나 할 때, 정말 필요성이 생겼을 때 모든 기록물과 기획을 꺼내 다시 고민하기 시작하는 거죠.

유한짐 씨는 바로 이런 지점에서 그 도시의 주인들이 얼마나 도시를 사랑하는지가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문득 그가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는 글을 썼던 것이 떠올랐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질문을 받은 그가 유쾌하게 웃었다.

보존 좀 하라고 그렇게 말한 거예요, 사실. 충분히 아름다운 도시니까. 지금 딱 좋다. 괜히 도시 개발한다고 오래된 것 밀고 새로운 것 짓고 그러지 말자고. 프랑스의 도시들과 비교했을 때 서울시는 도시를 기록한 지도조차 많이 없는 상황이에요. 이게 뭐냐 하면, 우리가 사는 도시를 사랑하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좀 사랑하라고. 이렇게나 아름다운 도시니까, 사랑하자고. 그래서 서울을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도시’라고 말한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도시’를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지난 2008년, 너무도 허무하게 숭례문을 잃었던 기억은 아직도 많은 이들의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우리가 사는 이 도시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얼마나 사랑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인지를 이미 잃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일이 없도록 이제는 속도와 방향을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할 때다.

도시에 사는 아이들이 자신이 사는 이 도시의 다양한 모습을 읽을 수 있고 골목 곳곳의 풍경과 냄새를 구별할 수 있게 되는 것. 우리가 사는 이 도시의 아름다움을 누구보다 도시의 주인인 우리가 알고 소중히 여기는 것. 그래서 이 도시를 사랑하게 되는 것. 이는 비단 유한짐 씨 뿐 아니라 도시인 모두가 바라는 미래일 것이다.

우리의 생활공간, 더 나아가 이 도시에 가치와 생명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길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자.

취재, 작성 : 시민기자 이미진
사람과 여행을 좋아하는 자발적 마감 노동자.
길었던 대학생활을 마치고 인생 2막을 준비 중입니다.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는 디지털 노마드 인생을 꿈꾸고 있습니다.

사진 : 희망사진관 김창훈, 이태환
홈리스를 위한 사진전문 교육과정인 ‘조세현의 희망프레임’을 통해 자기표현의 힘을 기르고, 사회복귀에 필요한 역량을 강화하여 직업사진사를 양성하는 서울시의 자활지원사업입니다. 교육이수생 중 전문가의 심사로 선발된 기념사진사는 서울시 관광명소에 위치한 희망사진관에서 활동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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