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 칠십리 시공원 시=집 유한짐+변석연 (마을미술프로젝트)

제주마을미술 프로텍트
제주 서귀포 서흥 칠십리시공원
바닥 57.08㎡
높이 5.18m
콘크리트 독립기초, 철골조
내부식성 방청, 지정 우레탄 페인트
미디어아트 설치용 전열 통신 배선
담쟁이, 자연석 현무함 쌓기
2013 01 19 ~ 2013 06 03

땅을 잃어 버린 오두막이 있었습니다. 주변 땅이 공원이 되면서 땅 모양을 잃어 버린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오두막을 불쌍히 여겨 계속 쓰기로 했습니다. 이런 착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들은 미술가들이었습니다.

미술가들은 하루하루 몇날 며칠 몇 달을 걸려 그 오두막의 방과 거실과 부엌과 화장실을 재미난 전시장으로 꾸몄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 오두막은 땅과 좋게 지내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오두막이 외딴 것처럼 느꼈습니다. 그래서 미술가들은 머리를 맞대고 궁리를 했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무엇인가 큰 일을 해야 오두막이 살아날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래서 미술가들은 큰 미술을 할 줄 아는 건축가를 여럿 불렀습니다. 그리고 건축가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 지 물어 보았습니다. 그러던 중 한 건축가가 재미난 생각을 그림을 그려 주었습니다. ‘땅을 잃어버린 오두막에 적당한 울타리가 필요합니다. 그것도 재미나고도 초록이 자랄 수 있는 울타리 말입니다.’ 미술가들은 이 건축가의 생각이 적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미술가들은 건축가에게 더 상세한 생각을 그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래서 건축가는 오두막에 생기를 불러 일으킬 만한 그림을 그려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을 말해 주었습니다.

  • 건축가는 맨 먼저 오두막과 공원 사이에 반쯤 뚤린 울타리를 생각했습니다. 이 울타리는 넓은 공원과 담장을 잃어버린 오두막 사이를 사이 좋게 만들만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반쯤 혹은 거의 경계만 보이는 보일듯 말듯한 그런 울타리말입니다. 그렇다고 유리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주의 그 활달한 바람을 막아버리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 두 번째로 건축가는 한국 사람들이 고추장에 고추를 찍어 먹는 재미난 습관을 따르고 싶었습니다. 못난 놈에게 떡을 하나 더 주는 것과 다름 없지요. 그래서 오두막 속에 미술 작품이 있으면, 이 울타리에도 미술작품을 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림이나 작품을 지붕이나 울타리나에 올려 놓거나 울타리에 걸 수 있는 것이었으면 하는 것이었죠. 미술에 미술을 더할 수 있는 얼개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 세 번째로 제주에 제주의 맛을 더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울타리가 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주에는 구멍이 뚤려 있는 숨쉬는 검정돌이 많고 이 돌로 담장을 만들고 축대도 만들고 심지어는 지붕에 올리기도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칠십리 시공원에서는 제주의 모습을 찾기가 쉽지 않았죠. 건축가는 아주 원시적인 돌 쌓기를 그러니까 기술이나 재주를 부릴 필요가 없는 돌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마구 쌓았다고나 할까요, 아니면 돌을 뚫고 울타리가 나왔다고 할까요. 그래서 오두막아래를 빙 둘러 쳐, 땅과 자연스럽게 만나게 하려고 한 것이었습니다. 또한 울타리 주변에도 쌓아 주변도 땅과 자연스럽에 만날 수 있겠지요.
  • 네 번째로 건축가는 아름다운 칠십리 공원의 나무를 생각했습니다. 천천히 자라나서, 바람이 불면 한들거리고, 움직이지 않는 집을 대신해서 부들부들하게 자연스러운 모습을 더해주는 나무 혹은 식물 말이지요. 그런데 오두막 주변에 나무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건축가는 검정색 돌담을 타고 올라 울타리를 덮는 연약하지만 쑥쑥자라는 담쟁이를 생각했습니다. 매년 쑥쑥 자라나서 사람들에게 세월의 흐름을 식물로 부터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왜, 큰 나무는 얼른 얼른 자라지 않지요. 게다가 담쟁이는 가을에 빨갛게 물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게 몇 년만 기다릴 수 있다면, 오두막은 검정색 제주 검정돌과 초록색 담쟁이가 뒤덮고, 오두막 안에서나 밖에서나 초록이 자라나는 담장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여기까지 생각들을 다 모아보면, 아름다운 시비가 세워진 공원에 외로운 오두막이 미술과 초록이 자라나는 시집 詩宇 poet house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입니다. 다음에 이곳에 오시면, 오두막에서 커피를 드시면서 안마당에서 노닐다가 담장에 걸려있는 미술품, 마치 담쟁이의 열매처럼 달려있는 미술품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딱딱한 돌판이나 벽이나 바닥에 있는 미술이 아니라 아니라 담쟁이와 어우러져 상상속의 시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풍경말입니다.

2013. 02. 12 유한짐

댓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