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도시 주인 선언·29] 도시를 만드는 사람들 ②

서울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도시 주인 선언·29] 도시를 만드는 사람들 ②
 조경이 또 빠질 수 없지

도시의 집들은 대게 벽돌, 콘크리트, 돌, 금속 등 단단한 재료로 지어서 튼튼하게 보인다. 그러나 거대한 크기하며, 선이 묵직한 것하며, 그것들이 수백 채 모여 있으니, 건물만 있다면 삭막하기 그지없다. 신도시의 작은 건물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보면 그런 삭막함이라는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그런 곳을 다니면 누구나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나?’ 열 집 건너 나무를 한 그루 볼 수 있는 곳이라면 벌써 정서적으로 살기 힘겨운 곳이 된다. 그런데 다행히도 골목이 구불구불하고 오래된 집들이 있는 곳에는 희한하게 나무들과 풀들이 여기저기 잘 보인다.

그 덕에 골목을 걷는 사람의 숨통을 열어 준다. 골목을 걷다가 분위기가 괜찮아 보이는 집일수록 꼭 조경이 있다. 조경 전문가는 이걸 아마추어 원예라고 할지도 모르겠으나, 골목을 낀 동네 분들께는 없으면 안 될 절실한 미학적 생물체다.

게다가 청계천이나 공원에 깔린 것처럼 관상용으로만 쓰이는 게 아니다. 다 자란 나무에서는 감이며, 밤이며, 대추며 따 먹고, 좁디좁은 텃밭이나, 화분에서 상추, 호박, 고추, 토마토를 심어 드시는 분들도 꽤 많다. 스스로 형편 되는 대로 처한 상황에 맞게 스스로 심고 어여쁘게 가꾼다.

재미난 것은 정성스레 부지런히 키우시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알게 모르게 게으르신 분들도 있어서, 그로테스크한 모양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자연의 속성이 그렇듯 아무렇게나 자라나더니, 꽤 볼 만한 장면이 되기도 한다.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너도 나도 길러 보고 가꿔 보고 또 상에 올리기까지 한다. 어떤 분들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다가 기발한 조경을 한다. 작은 창의 방범창 안에도 만들고, 벽에 아슬아슬하게 달린 실외기 위에도 화분을 키우고, 안 그래도 좁은 계단에 단마다 줄줄이 화분을 키운다. 게다가 현관 위 지붕에도 갖가지 물건과 함께 키우기도 한다.

거의 한계가 없다고 생각된다. 어느 누가 말리리오.

▲ 관악구 인헌동. ⓒ유한짐
▲ 관악구 인헌동. ⓒ유한짐
▲ 관악구 인헌동. ⓒ유한짐
▲ 관악구 인헌동. ⓒ유한짐
▲ 관악구 인헌동. ⓒ유한짐
▲ 관악구 인헌동. ⓒ유한짐
▲ 관악구 인헌동. ⓒ유한짐
▲ 관악구 인헌동. ⓒ유한짐

재래시장 디자인이 디자인 올림픽

동네 시장, 재래시장은 값 좋고 물건 좋은 시장만이 아니다. 채소는 누가 팔았고, 떡은 누가, 고추는 누가 빻았고, 파는 사람 얼굴이며 잘하면 이름까지 쉽게 알 수 있는 시장이다. 사는 사람 속이기 힘든 시장이다. 단골도 생긴다. 만져보고, 물어보고, 산다. 그렇기 때문에 물건은 대게 괜찮다.

물건만 괜찮은 것이 아니다. 물건을 파는 장소도 꽤 괜찮다. 대개 단조로운 골목을 한 두 개 끼고 시장이 이루어지는 데, 사람이 지나는 곳 양편에서 물건이 늘어놓고 파는 형식이다. 그래서 지나는 찰나 1, 2초 안에 사는 사람과 물건 그 짝을 찾아줘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상인들은 물건을 어떻게 놓을지 뭘 먼저 놓을지 준비를 해 놓아야 한다. 그래서 상인들은 나름 디자이너. 말하자면 물건 전시 디자이너들이다.

그래서 이 분들의 미감은 생계 그 자체다. 생각을 해보라, 점포는 100여 개가 늘어서 있고, 사람들은 죽 훑어 지나가면서 물건을 산다. 손님에게 물건을 보여줄 여유는 단 몇 초 뿐이다. 게다가 매일 몇 개 이상 팔지 못하면 임대료를 내기 힘들다. 어찌해야 할 것인가? 눈에 띄게 물건을 놓아야 하고, 보기 좋게 놓아야 하고, 배치를 잘해야 술술술 물건이 팔리는 것이다.

게다가 매대는 매일 저녁 거둬놓고, 아침에 다시 펴 놓는다. 매일 펴고 거두고 하면서 물건 놓는 요령은 더욱 정교해지고 효과를 나타낸다. 그렇다고 용팔이 상가처럼 호객을 하거나 과하게 경쟁할 필요는 없다. 고만 고만한 사람끼리 약간의 차이만 생긴다. 나름 질서와 예의가 있다. 그래서 보고 물건을 사는 사람들은 즐겁다. 눈도 즐겁고 군것질도 즐겁고, 상인들과 웃으며 흥정하는 것도 즐겁다.

이정도면 거의 완벽한 디자인 아닌가? 팔고 사기 위해 필요한 것만 딱 마련되어 있다. 즐거움도 있고 활기도 있고, 오늘 사서 오늘 먹으니 냉장고에 음식 쌓일 일도 없다. 누가 이렇게 만들어질 것을 예상하고 디자인을 할 수 있겠는가? 수많은 사람들의 생활 감각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서 수십 년 동안 고쳐지고 수정되고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말이다.

제발 시장에 유리 뚜껑을 얹지 말았으면 한다. 공기가 안 통해서 숨도 막히고, 에어컨도 틀어 줘야 하지 않은가? 전기세를 내야하니 임대료만 오른다. 동네 시장엘 가보라. 뭘 더하고 빼고 할 것도 없이 거의 완벽에 가깝게 조정이 끝나 있다. 몇 만 명의 사람들의 공동 작품이다. 말하자면 살아있는 문화재 아닌가?

이렇게 중요한 도시 조직을 맥락도 희미한 이상한 그림 한 장에 맞도록 뜯어 고쳐야 하는 것인가.

▲ 관악구 인헌동. ⓒ유한짐
▲ 관악구 인헌동. ⓒ유한짐
▲ 관악구 인헌동. ⓒ유한짐
▲ 노량진 수산 시장. ⓒ유한짐
▲ 관악구 인헌동. ⓒ유한짐
▲ 관악구 인헌동. ⓒ유한짐
▲ 용산 이태원(왼쪽), 마산시장(오른쪽). ⓒ유한짐

도시의 주인들은 이래저래 살림에 필요한 ‘동네학’ 지식도 있는 사람들이고, 이웃도 있고, 자발적으로 골목마다 즐거움을 만들어 놓을 줄 알고, 동네 시장에서 흥미로운 무료 전시도 즐기며 물건도 사고, 자연을 가꾸고, 나눠 먹고…그냥 살던 대로 싸우지 않고 살기만 하면 행복하다. 여기에 뭘 더하고 빼고 할 것도 없다. ‘이대로! 살면 된다.’

기사 원문 프레시안에서 보기 >>

댓글 남기기